왜 사람들은 먼저 움직이지 않을까?
게임이론의 핵심 개념인 내시 균형과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인간관계 속 침묵, 갈등, 변화의 가능성을 철학적으로 되짚어본다.
왜 먼저 움직이지 못하는가?
내시 균형, 죄수의 딜레마, 그리고 자발적 변화에 대한 철학적 성찰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손해일까 봐.
상대가 날 배신할까 봐.
혹은, 내가 졌다고 느껴질까 봐.
그래서 결국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심리가 아니다.
경제학, 수학, 철학까지 아우르는 개념.
바로 ‘게임이론’이다.
‘내시 균형’이라는 이름의 침묵
경제학자 존 내시(John Nash)는 말한다.
“각자 최선의 전략을 선택한 결과, 누구도 자신의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균형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정지다. 침묵이다. 긴장이다.
“이게 최선이긴 해… 근데 누구도 만족하진 않아.”
이상한 균형이다.
연인 간의 냉전,
회사에서의 갈등,
친구 사이의 서운함.
모두가 이 균형에 갇혀 있다.
죄수의 딜레마: 가장 똑똑한 전략이 낳는 비극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이 내시 균형을 설명하기 위해 ‘죄수의 딜레마’를 소개한다.
두 명의 공범이 잡힌다.
각자 따로 심문을 받고, 이런 조건이 주어진다.
-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 증거 불충분으로 각자 1년형
- 둘 다 자백하면 → 수사 협력으로 각자 5년형
- 상대가 묵비권 + 내가 자백하면 → 나는 무죄 석방, 상대는 10년형
- 내가 묵비권 + 상대가 자백하면 → 나는 10년형, 상대는 무죄 석방
가장 이기적인 선택은 ‘내가 자백하고, 상대가 침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둘 다 자백하고 각자 5년형을 받는다.
신뢰만 있었다면 1년만 살았을 관계가,
불신으로 인해 5배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단순한 전략, 최종 승자
교수 액설로드는 게임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15개의 전략이 리그전으로 붙었다.
최종 승자는 단 3줄짜리 전략이었다.
- 먼저 협조한다.
- 협조하면 협조한다.
- 배신하면 배신한다.
너무 단순하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강하다.
무조건 참지도 않고, 무조건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상대의 행동에 정직하게 반응할 뿐이다.
복잡한 방어보다, 단순한 용기
우린 복잡하다.
미리 예측하고, 미리 판단하고, 미리 의심한다.
하지만 이 실험이 보여주는 건 단순한 진실이다.
“선의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전략일 수 있다.”
자발적 변화란,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는 것
내시 균형은 계산의 끝이 아니다.
변화의 시작점이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모두가 침묵 안에 고립된다.
그래서 변화는, 용기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자가, 룰을 바꾸는 자가 된다.
오늘의 철학적 질문
- 나는 지금, 어떤 ‘균형’ 속에 머물러 있는가?
- 그 침묵은 정말로 나에게 이익인가?
- 내가 먼저 협조를 선택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리하며
- 내시 균형은 마치 완성된 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나은 관계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먼저 움직이는 것이
새로운 게임의 판을 짠다. - 그리고 그 첫 움직임은 늘, 단순한 선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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