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보며, 악은 잔혹함이 아니라 비판 없는 순응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글은 ‘악의 평범성’ 개념을 통해, 지금 우리의 선택이 정말 스스로의 판단인지 되묻는다.
아돌프 아이히만.
유대인 학살의 실무 총책임자였고, 나치 수용소 운영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법정에 선 그는 예상과 너무 달랐다.
잔인하거나 사악한 인상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이 수많은 생명을 죽인 장본인이라고?’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감정도 없었고, 죄책감도 없습니다.
그저 더 높은 자리에 가고 싶었을 뿐이에요.”
한나 아렌트는 이 장면을 보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악은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녀는 이 개념을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악’을 떠올릴 때
잔혹하거나, 분노에 가득 찬 누군가를 상상한다.
하지만 아렌트가 본 악은 달랐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응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다.
그저 ‘체계 안에서 주어진 일을 했다’는 것이다.
환경과 구조는 사람을 만든다
생각해보면 무섭다.
우리는 늘, 누군가가 “시키니까”, “다들 하니까”, “그게 원래 그런 거니까”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내가 한 건 아니니까”라고 스스로를 방어한다.
이게 반복되면,
악한 의도 없이도 악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나는 오늘,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생각 없이 움직이면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
이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선 긋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계속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이 지금 따르고 있는 건
생각 끝에 내린 판단인가요,
아니면 그냥 ‘그게 원래 그런 거니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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